해운대 비평 리뷰


 대한민국 영화계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웃음을 짓는다. 언론에서는 천만관객 돌파의 시대라며 한국 영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사람들은 서로가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띤 토론으로 밤을 새워갔다. 잡지는 미친 듯이 팔려나가고 모두가 영화에 빠져있는, 바야흐로 영화계의 황금기.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는 그런 꿈을, 그들은 여전히 꾸고 있다.

 해운대는 그런 달콤한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지독하다 싶은 정도로 평범한 가족주의 영화다. 물론 대기업의 투자를 전폭적으로 받은 이상, 새로운 시도로 도박을 하기 보다는 안전하고도 쉽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은 여느 상업영화나 마찬가지인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해운대는 그 정도가 심하다. 구차할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공격하고 공격해서 눈물을 쥐어짜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영화는 크게 ‘쓰나미’라는 재난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모습으로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재난영화에서 그러하듯,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일상은 평온한 배경 속에서 인물들의 소개,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 초반부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만식과 연희. 휘와 유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의 모습을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에게 각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갈등을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찾고자 했던 신선함보다는, 영화의 진행이 진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이것에 있다. 새로운 한국형 재난 영화라는 말을 듣고 극장을 찾았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가 중반으로 들어서며 문제점은 더욱 드러난다. 비극을 보다 격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깔아놓은 다수의 복선들이 바로 그것이다. 인물들은 영화 전반부에서 보여줬던 갈등을 폭발시키며 다양한 마찰을 겪는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전 그러한 마찰을 해소시키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자 한다. 하지만 너무나 뻔한 소재들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결국 이 사람은 엄마를 부르짖으며 후회할 것이고, 저 사람은 딸을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을 보고 찡한 무언가를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한국형 블록버스터’에게 감탄하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쓰나미가 닥쳐오는 순간 영화는 말 그대로 재난 그 자체가 된다. 영화는 인물들이 죽기 전 구구절절 사연을 쏟아낸 뒤 죽음을 맞게 한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우연치 않게 목숨을 건진다. 이제 살아남는가 싶더니 다시 한 번 가족을 껴안고 엉엉 눈물을 쏟으며 죽는다. 한 번에 죽지 않는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이것이 한 인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다른 곳에서 사건을 맞이하는 또 다른 인물들도 바로 이런 식의 반복되는 구조로 죽음을 맞이한다. 나 죽어요 하고 신파극을 찍어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더니, 겨우 목숨을 건지고 나서 다시 한 번 슬픔을 부각시키고 죽는다. 같은 장면의 반복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여러 명의 감독들이 각각 비슷한 영화를 찍은 뒤 하나의 큰 영화로 합쳐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가 장난이다. 이게 뭐야. 나오려던 눈물도 도로 들어가게 생겼다. 

 ‘우리도 한국형 재난영화를 찍을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댄 해운대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배치한 신파극을 거대한 쓰나미로 덮어버리며 흥행돌풍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오는 여학생을 보며 이것이 감독이 원한 방식이라면 상업영화로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굳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조폭코미디랑 비슷하게 만든 뒤 쓰나미를 오게 하면 되는 거잖아. 요점은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쳐오는 것이니까.

 관객이 곧 천만을 돌파한단다. 한국영화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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