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잡담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나이를 먹어가지만, 여전히 나의 일상은 우울함과 나약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별을 바라보며 바람의 향기를 쫒고 홀로 떠있는 달을 벗삼아 마음을 달랜다.

 하루키는 지금은 없는 공주, 그리고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기 위하여 글을 썼다. 나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쓰는가. 몇 번이고 밤을 지새우며 혼자서만 간직하고자 했던 약속을 저버리면서도, 이렇게 진실과 거짓을 섞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대체 누구를 위해서 쓰고자 하는가. 결국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비는 어느새 그쳐 후덥지근한 공기로 돌아와 있었다. 거리를 걷는 마음이 무겁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그저 해변을 걷고 싶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늘에 동동 떠 있는 달과 함께 이국의 모래사장을 걸어보고 싶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싶다. 추억 떠올리며 콧노래를 하고, 거리의 전등이 꺼지는 순간에 맞춰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싶다. 흐르듯 한없이- 한없이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저버릴 수 없다. 한숨을 내쉬면서도 또다시 나의 그림자와 발을 맞대고 걸어가야만 한다. 여름의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발걸음을 돌려 bar다에 들어가자, 그곳에는 다른 가게에서 알게 된 바텐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우연이 어딨냐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밝게 미소짓고 있는 그녀에게 산미구엘을 받아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멍하게 앉아있는데 손님 중 한 사람이 피아노로 다가갔다. 점점 가게의 음악소리가 줄어든다 싶더니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다. 모두가 말소리를 줄이고 피아노 쪽으로 몸을 돌린다. 나도 눈을 감고 때때로 실수하는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한다. 이국의 파도소리 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어째서인지 내일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눈을 뜨자 땅콩을 건내며 바텐더 누나가 웃고 있었다. 민망한 기분이 들어 땅콩을 받아 내려놓고는 다시 맥주를 마셨다. 바다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좋은 밤이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Circulator.egloos.com/tb/1466979 [도움말]

덧글

  • 까르미나 2009/07/16 23:34 # 답글

    사진이 조금더 선명했으면 좋으련만 ..^^ 분위기 좋네요.

    현실앞에 주저말기를 ...
  • 수- 2009/07/17 12:48 #

    예전에는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제대로 찍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저렇게 핸드폰으로 대충대충 찍은 사진도 마음에 드네요.

    작지만 되게 좋은 가게에요. 이름은 바 다. ㅋㅋ.
  • 늑대 2009/07/18 00:00 # 답글

    나중에 대려가달라능 ㅋㅋ
  • 4Sqd 2009/07/21 22:18 # 삭제 답글

    바다가 보고싶네요. 문득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남들보다 10년 늦게 사춘기를 겪나 봅니다.
덧글 입력 영역